소리와 음악
자신이 공학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소리를 주파수와 진폭, 타이밍과 위상 등의 이론을 통해 소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산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공학박사는 소리의 물리적 이론 외에 관과되는 소리의 심리적 요인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걸 순순히 인정한다. 소리라는 것은 물리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 등 대단히 다양한 요소들의 융합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인지되며 소비된다.
진공관 앰프 시대를 지나 트랜지스터 시대가 도래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반도체가 기존의 모든 것들을 대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진공관은 계속해서 산업계를 지배해왔으며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의 역사 속에서 진공관은 단 한 번도 배제된 적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진공관 고유의 하모닉스 특성과 특유의 배음 그리고 음악성은 오히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프리마루나
그러나 진공관 앰프는 여전히 운용이 불편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진공관은 뜨거운 열을 내며 이는 종종 가족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한다. 진공관이 무언지 알 턱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많은 경우 여전히 리모컨조차 지원하지 않아 니어필드 리스닝 환경이 아니면 수시로 뜨거운 진공관 앰프를 향해 왔다 갔다를 반복해야할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여름이 되면 진공관 앰프는 어쩔 수 없이 휴면상태에 들어가기 일쑤다. 대신 겨울이 되면 난로를 대체해줄 수 있을만큼 따스한 열로 방을 덥혀준다.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프리마루나는 현재 본국을 뛰어넘어 미국 시장에서 급속도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미국 시장을 점령했던 전통적 진공관 앰프 제품을 프리마루나가 급속히 대체해나가고 있다. 케인 같은 중국 메이커는 물론이며 음질이라는 미명하게 전근대적인 발상으로 편의성을 무시한 제품들이 외면 받는 시절이 왔고 프리마루나는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편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명망 높은 진공관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만 믿고 끝도 없이 가격을 올리다가 현재 프리마루나에게 많은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는 듯 보인다.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 그리고 EVO 400
내가 프리마루나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초였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연초에 다가온 프롤로그 프리미엄은 일단 매우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한동안 등한시했던 진공관 앰프에 대한 열망을 다시 찾게 해줄 정도였으니까. 그것도 EL34라는 진공관을 통해 잊고 있던 예쁜 중, 고역과 풍부한 하모닉스를 통해 음악을 가까이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외에 리모컨 지원은 물론 KT88, KT120 그리고 KT150까지 지원하는 그들의 기술력은 대단히 놀라웠다. 한편 진공관의 내구성이나 보호회로 등에서 취약하다는 편견을 깨끗이 지워내는 안정적인 회로 구성 솜씨도 마음에 들었다.
이후 나는 다이알로그 프리미엄을 같은 해 6월에 다시 리뷰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캐리 300B 인티 앰프를 내보내야만했다. EL34의 청초한 음색과 함께 총 여덟 발의 EL34 출력관 그리고 여섯 개의 12AU7이 뿜어내는 음악적 열기는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중한 헤드폰 앰프는 덤이었다. 여러 스피커를 매칭해보면서 즐기던 내게 또 하나의 앰프가 배달되어왔다. 바로 EVO 400이었다.
프리마루나는 연구, 개발 중 기존 제품에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자마자 바로 설계를 보완해 새로운 시리즈를 런칭했다. 전체 라인업을 EVO 시리즈로 재편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 중인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대체하는 모델은 EVO 400이었다. 약 보름 정도 들어보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왜 프리마루나가 멀쩡한 기존 제품 라인업을 모조리 갈아치웠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변화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진화
우선 EVO 400은 기존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대체하면서 6백불의 가격 인상이 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그러나 그 내부적 변화와 기능, 그리고 음질적 변화는 결코 가격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단 EVO 400은 다이알로그 프리미엄과 전체적인 설계외 기능은 거의 동일하다. 예를 들어 EL34를 기본 출력관으로 사용하며 12AU7을 여섯발 사용해 스피커 출력 및 헤드폰 출력 양 쪽에 모두 대응한다. 특주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포머와 광대역에 대응하는 출력 트랜스포머 또한 특주 형태로 개발, 사용한다.
내부 신호 전송 구간은 기판 트레이스를 통해 전달하는 대신 모두 ‘Pont to Point’ 방식을 통해 수공으로 설계했다. 스위스에서 생산한 것으로 고순도 OCC 동선 위에 은을 도금한 것으로 테플론 절연을 통해 만들어진 케이블이다. 당연히 음질적으로 순도와 스피드 등에서 우세할 수 밖에 없다. 입/출력단도 스위치 방식 대신 입력단만다 모두 하나씩 릴레이를 투입해 입력단 사이즈 신호 간섭을 최소화고 있다.
가장 편리한 점은 무엇보다 적응형 자동 바이어스 시스템으로서 이는 여타 진공관 앰프와 차별되는 점 중 하나다. EL34는 물론이며 KT88, KT120, KT150 등의 출력관을 사용하고 싶다고해도 앰프를 바꿀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테스터기를 들고 바이어스 조정 포인트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그저 진공관을 갈아끼우고 각 출력관의 성능을 즐기면 그만이다. EVO 400은 장착된 진공관에 최적화된 바이어스 전압 수치를 알아서 조정하고 정확히 출력해준다. EVO 400의 경우 울트라 리니어 모드에서 EL34/KT88/KT120/KT150 장착시 각각 70/72/85/88와트 출력을 내준다. 한편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각각 38/44/45/50와트 출력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일단 내부적으로 트랜스포머와 내부 소자들의 변경이 핵심이다. 한편 타크만 저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SRC 커패시터를 DuRoch Tinfoil 커패시터로 대체하고 있다. 세부적인 튜닝을 약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외관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전면 패널의 네 구데 각진 부분을 라운드 형태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 중 알게 된 사실인데 볼륨의 수치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금색으로 바뀌면서 멀리서도 좀 더 또렷하게 대략적인 볼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리모컨은 하위 모델보다 더 큰 풀 사이즈 리모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입력단에서 CD와 튜너를 없애고 대신 Aux를 두 개 늘려 총 다섯 개의 라인 입력단을 마련해놓고 있다. 물론 홈 시어터 시스템과 연동을 위한 바이패스(패스 스루) 입력단도 있다.
후면의 스피커 터미널은 8옴은 물론 4옴을 별도의 탭을 구분해 마련해놓고 있는데 기존에 일렬로 늘어선 것으로 좀 더 명확한 구분을 위해 삼각 형태로 재배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 옆면에 헤드폰 출력/스피커 출력 구분은 동일, 하지만 EL34 와 KT 계열 진공관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변환 스위치의 경우 ‘Low Bias’와 ‘High Bias’로 용어를 변경한 점 도 눈에 띈다. 참고로 프리마루나의 경우 UL(울트라 리니어) 모드와 TR(트라이오드) 모드 변환을 작동 중에 변경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퍼포먼스
이번 테스트는 새로운 북셀프 모니터와 함께했다. 다름 아닌 그라함 LS 3/5A 북셀프다. 1970년대 BBC 라이센스를 얻어 이 스피커를 제작했던 차트웰 브랜드를 그라함이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시한 버전이다. 여러 LS 3/5A 리이슈 스피커를 들어보았지만 그라함의 차트웰 LS 3/5A는 무척 마음에 드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프리마루나 EVO 400과 매칭은 앰프가 번인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다. 참고로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W코어와 W스트리머를 중심으로 맨해튼 II DAC를 DAC로 사용했고 ROON을 사용해 테스트했다.
EVO 400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나 마이너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전작과 비교해보면 음결이 더 맑아졌고 특히 윤곽이 뚜렷해졌다. 예를 들어 카산드라 윌슨의 ‘Time after time’같은 곡을 들어보면 기타 피킹이 더 뚜렷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보컬 같은 경우 그라함 LS 3/5A의 중역을 더욱 더 부각시켜주면서도 디테일이 놓치지 않는다. 어중간한 트랜지스터 앰프에선 절대 즐길 수 없는 뽀얀 속살같은 표면 텍스처가 진하게 펼쳐진다.
프리마루나 EVO 400은 포근하고 따스한 그라함 LS 3/5A의 중, 고역을 야멸차게 짓누르거나 억세게 압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좌한다. 그러나 확실히 투명한 피아노 소리가 귀에 확실히 감겨온다. 예를 들어 알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에서 바이올린 소리는 짝수차 배음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건조하고 파삭한 앰프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니라 촉촉하고 찰진 바이올린 음결이 풍부한 배음을 뿌린다. 왜 굳이 고가의 1700년대 빌레모뜨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사용했는지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소리다.
프리마루나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는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플리니우스 파워와 함께 나의 두 가지 메인 앰프 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 꽤 되었다. 트랜지스터 조합도 최대한 배음이 풍부하며 진공관 앰프와 유사한 하모닉스 특성을 갖으면서도 저역 제동이 더 좋은 앰프다. 그러나 EVO400 앞에서는 과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특히 제임스 테일러의 ‘You’ve got a friend’같은 곡을 들어보자. 최근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앰프나 스피커들이 오직 기타 소리만 들려준다면 이 조합에서 EVO400은 기타줄 소리 뿐만 아니라 기타 바디의 울림까지 전해준다. 제임스 테일러가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는 회화적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음악 듣는 즐거움은 훨씬 더 살아난다.
EVO 400의 주파수 응답 특성은 +/- 1dB 기준으로 오히려 전작보다 약간 좁아져 9Hz에서 50kHz까지 대응한다. 하지지만 70Hz에서 20kHz까지 대응하는 그라함 LS 3/5A, 심지어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에서도 대역폭이 좁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전대역에서 좀 더 고른 응답 특성을 보이며 특히 저역 하단 쪽은 좀 더 응집력이 늘어났다. 예를 들어 이반 피셔 지휘 스트라빈스키 ‘불새’에서 어던 진공관 앰프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는 당찬 저역과 스피드 그리고 깊은 원근감을 확보해낸다.
총평
YG 스피커를 리뷰하면서 스테레오파일 존 앳킨슨이 여러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맛보지 못했던 성능을 프리마루나에서 맛보았다는 의견은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앰프는 EL34를 무려 여덟 발 투입, 푸시풀로 작동시키면서 트랜지스터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전례 없는 음악적 감흥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에 경험했던 앰프 중에서는 맨리 스내퍼 같은 앰프가 생각나는데 모노블럭 형태로 채널당 EL34 네 개를 채용한 앰프였고 무척 뛰어난 응답 특성과 스피드, 슬램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8천불짜리 스내퍼에 비해 약 5천불짜리 EVO400이 그 성능이 떨어진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프리마루나는 가격을 떠나서 매우 보기 드문 EL34 진공관의 쾌거이며 가격 대비 성능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진공관 앰프 중에서도 으뜸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Model EVO 400
for EL34 / KT88 / KT120 / KT150
Power : UL 70 / 72 / 85 / 88 Watts per channel
Power : TR 38 / 40 / 45 / 50 Watts per channel
Frequency Response : 9 Hz – 50 kHz +/- 1 dB 8 Hz – 68 kHz +/- 3 dB
THD with AABB < 0.1% @ 1W; less than 2% at rated power
S/N Ratio : 90 dB (98 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100 kOhm
Input Sensitivity : 320 / 320 / 360 / 370 mV (for rated power at maximum volume setting)
Maximum Gain – UL: 37 / 37.5 / 37.5 / 36.9 dB TR: 36.5 / 36 / 36 / 36 dB
Power Consumption : 470 Watts / 480 Watts / 540 Watts / 550 Watts
Weight Net: 68.2 lbs / 31 kg Shipping: 79.2 lbs / 36 kg
Dimensions : 405 mm x 385 mm x 205 mm (L x W x H)
Inputs : 5 pairs Stereo RCA, 1 pair Home Theater input
Outputs :4 & 8 Ohm Speaker Taps, 1 pair Subwoofer RCA, 1 pair Tape Out RCA 1/4” Headphone
Tube Complement : 8 x EL34, 6 x 12AU7
Damping Coefficient :7 KD (1 k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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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음악
자신이 공학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소리를 주파수와 진폭, 타이밍과 위상 등의 이론을 통해 소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산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공학박사는 소리의 물리적 이론 외에 관과되는 소리의 심리적 요인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걸 순순히 인정한다. 소리라는 것은 물리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 등 대단히 다양한 요소들의 융합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인지되며 소비된다.
진공관 앰프 시대를 지나 트랜지스터 시대가 도래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반도체가 기존의 모든 것들을 대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진공관은 계속해서 산업계를 지배해왔으며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의 역사 속에서 진공관은 단 한 번도 배제된 적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진공관 고유의 하모닉스 특성과 특유의 배음 그리고 음악성은 오히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프리마루나
그러나 진공관 앰프는 여전히 운용이 불편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진공관은 뜨거운 열을 내며 이는 종종 가족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한다. 진공관이 무언지 알 턱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많은 경우 여전히 리모컨조차 지원하지 않아 니어필드 리스닝 환경이 아니면 수시로 뜨거운 진공관 앰프를 향해 왔다 갔다를 반복해야할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여름이 되면 진공관 앰프는 어쩔 수 없이 휴면상태에 들어가기 일쑤다. 대신 겨울이 되면 난로를 대체해줄 수 있을만큼 따스한 열로 방을 덥혀준다.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프리마루나는 현재 본국을 뛰어넘어 미국 시장에서 급속도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미국 시장을 점령했던 전통적 진공관 앰프 제품을 프리마루나가 급속히 대체해나가고 있다. 케인 같은 중국 메이커는 물론이며 음질이라는 미명하게 전근대적인 발상으로 편의성을 무시한 제품들이 외면 받는 시절이 왔고 프리마루나는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편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명망 높은 진공관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만 믿고 끝도 없이 가격을 올리다가 현재 프리마루나에게 많은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는 듯 보인다.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 그리고 EVO 400
내가 프리마루나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초였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연초에 다가온 프롤로그 프리미엄은 일단 매우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한동안 등한시했던 진공관 앰프에 대한 열망을 다시 찾게 해줄 정도였으니까. 그것도 EL34라는 진공관을 통해 잊고 있던 예쁜 중, 고역과 풍부한 하모닉스를 통해 음악을 가까이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외에 리모컨 지원은 물론 KT88, KT120 그리고 KT150까지 지원하는 그들의 기술력은 대단히 놀라웠다. 한편 진공관의 내구성이나 보호회로 등에서 취약하다는 편견을 깨끗이 지워내는 안정적인 회로 구성 솜씨도 마음에 들었다.
이후 나는 다이알로그 프리미엄을 같은 해 6월에 다시 리뷰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캐리 300B 인티 앰프를 내보내야만했다. EL34의 청초한 음색과 함께 총 여덟 발의 EL34 출력관 그리고 여섯 개의 12AU7이 뿜어내는 음악적 열기는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중한 헤드폰 앰프는 덤이었다. 여러 스피커를 매칭해보면서 즐기던 내게 또 하나의 앰프가 배달되어왔다. 바로 EVO 400이었다.
프리마루나는 연구, 개발 중 기존 제품에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자마자 바로 설계를 보완해 새로운 시리즈를 런칭했다. 전체 라인업을 EVO 시리즈로 재편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용 중인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대체하는 모델은 EVO 400이었다. 약 보름 정도 들어보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왜 프리마루나가 멀쩡한 기존 제품 라인업을 모조리 갈아치웠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변화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진화
우선 EVO 400은 기존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대체하면서 6백불의 가격 인상이 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그러나 그 내부적 변화와 기능, 그리고 음질적 변화는 결코 가격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단 EVO 400은 다이알로그 프리미엄과 전체적인 설계외 기능은 거의 동일하다. 예를 들어 EL34를 기본 출력관으로 사용하며 12AU7을 여섯발 사용해 스피커 출력 및 헤드폰 출력 양 쪽에 모두 대응한다. 특주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포머와 광대역에 대응하는 출력 트랜스포머 또한 특주 형태로 개발, 사용한다.
내부 신호 전송 구간은 기판 트레이스를 통해 전달하는 대신 모두 ‘Pont to Point’ 방식을 통해 수공으로 설계했다. 스위스에서 생산한 것으로 고순도 OCC 동선 위에 은을 도금한 것으로 테플론 절연을 통해 만들어진 케이블이다. 당연히 음질적으로 순도와 스피드 등에서 우세할 수 밖에 없다. 입/출력단도 스위치 방식 대신 입력단만다 모두 하나씩 릴레이를 투입해 입력단 사이즈 신호 간섭을 최소화고 있다.
가장 편리한 점은 무엇보다 적응형 자동 바이어스 시스템으로서 이는 여타 진공관 앰프와 차별되는 점 중 하나다. EL34는 물론이며 KT88, KT120, KT150 등의 출력관을 사용하고 싶다고해도 앰프를 바꿀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테스터기를 들고 바이어스 조정 포인트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그저 진공관을 갈아끼우고 각 출력관의 성능을 즐기면 그만이다. EVO 400은 장착된 진공관에 최적화된 바이어스 전압 수치를 알아서 조정하고 정확히 출력해준다. EVO 400의 경우 울트라 리니어 모드에서 EL34/KT88/KT120/KT150 장착시 각각 70/72/85/88와트 출력을 내준다. 한편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각각 38/44/45/50와트 출력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일단 내부적으로 트랜스포머와 내부 소자들의 변경이 핵심이다. 한편 타크만 저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SRC 커패시터를 DuRoch Tinfoil 커패시터로 대체하고 있다. 세부적인 튜닝을 약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외관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전면 패널의 네 구데 각진 부분을 라운드 형태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 중 알게 된 사실인데 볼륨의 수치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금색으로 바뀌면서 멀리서도 좀 더 또렷하게 대략적인 볼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리모컨은 하위 모델보다 더 큰 풀 사이즈 리모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입력단에서 CD와 튜너를 없애고 대신 Aux를 두 개 늘려 총 다섯 개의 라인 입력단을 마련해놓고 있다. 물론 홈 시어터 시스템과 연동을 위한 바이패스(패스 스루) 입력단도 있다.
후면의 스피커 터미널은 8옴은 물론 4옴을 별도의 탭을 구분해 마련해놓고 있는데 기존에 일렬로 늘어선 것으로 좀 더 명확한 구분을 위해 삼각 형태로 재배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 옆면에 헤드폰 출력/스피커 출력 구분은 동일, 하지만 EL34 와 KT 계열 진공관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변환 스위치의 경우 ‘Low Bias’와 ‘High Bias’로 용어를 변경한 점 도 눈에 띈다. 참고로 프리마루나의 경우 UL(울트라 리니어) 모드와 TR(트라이오드) 모드 변환을 작동 중에 변경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퍼포먼스
이번 테스트는 새로운 북셀프 모니터와 함께했다. 다름 아닌 그라함 LS 3/5A 북셀프다. 1970년대 BBC 라이센스를 얻어 이 스피커를 제작했던 차트웰 브랜드를 그라함이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시한 버전이다. 여러 LS 3/5A 리이슈 스피커를 들어보았지만 그라함의 차트웰 LS 3/5A는 무척 마음에 드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프리마루나 EVO 400과 매칭은 앰프가 번인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다. 참고로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W코어와 W스트리머를 중심으로 맨해튼 II DAC를 DAC로 사용했고 ROON을 사용해 테스트했다.
EVO 400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나 마이너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전작과 비교해보면 음결이 더 맑아졌고 특히 윤곽이 뚜렷해졌다. 예를 들어 카산드라 윌슨의 ‘Time after time’같은 곡을 들어보면 기타 피킹이 더 뚜렷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보컬 같은 경우 그라함 LS 3/5A의 중역을 더욱 더 부각시켜주면서도 디테일이 놓치지 않는다. 어중간한 트랜지스터 앰프에선 절대 즐길 수 없는 뽀얀 속살같은 표면 텍스처가 진하게 펼쳐진다.
프리마루나 EVO 400은 포근하고 따스한 그라함 LS 3/5A의 중, 고역을 야멸차게 짓누르거나 억세게 압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좌한다. 그러나 확실히 투명한 피아노 소리가 귀에 확실히 감겨온다. 예를 들어 알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에서 바이올린 소리는 짝수차 배음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건조하고 파삭한 앰프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니라 촉촉하고 찰진 바이올린 음결이 풍부한 배음을 뿌린다. 왜 굳이 고가의 1700년대 빌레모뜨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사용했는지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소리다.
프리마루나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는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플리니우스 파워와 함께 나의 두 가지 메인 앰프 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 꽤 되었다. 트랜지스터 조합도 최대한 배음이 풍부하며 진공관 앰프와 유사한 하모닉스 특성을 갖으면서도 저역 제동이 더 좋은 앰프다. 그러나 EVO400 앞에서는 과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특히 제임스 테일러의 ‘You’ve got a friend’같은 곡을 들어보자. 최근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앰프나 스피커들이 오직 기타 소리만 들려준다면 이 조합에서 EVO400은 기타줄 소리 뿐만 아니라 기타 바디의 울림까지 전해준다. 제임스 테일러가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는 회화적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음악 듣는 즐거움은 훨씬 더 살아난다.
EVO 400의 주파수 응답 특성은 +/- 1dB 기준으로 오히려 전작보다 약간 좁아져 9Hz에서 50kHz까지 대응한다. 하지지만 70Hz에서 20kHz까지 대응하는 그라함 LS 3/5A, 심지어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에서도 대역폭이 좁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전대역에서 좀 더 고른 응답 특성을 보이며 특히 저역 하단 쪽은 좀 더 응집력이 늘어났다. 예를 들어 이반 피셔 지휘 스트라빈스키 ‘불새’에서 어던 진공관 앰프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는 당찬 저역과 스피드 그리고 깊은 원근감을 확보해낸다.
총평
YG 스피커를 리뷰하면서 스테레오파일 존 앳킨슨이 여러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맛보지 못했던 성능을 프리마루나에서 맛보았다는 의견은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앰프는 EL34를 무려 여덟 발 투입, 푸시풀로 작동시키면서 트랜지스터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전례 없는 음악적 감흥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에 경험했던 앰프 중에서는 맨리 스내퍼 같은 앰프가 생각나는데 모노블럭 형태로 채널당 EL34 네 개를 채용한 앰프였고 무척 뛰어난 응답 특성과 스피드, 슬램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8천불짜리 스내퍼에 비해 약 5천불짜리 EVO400이 그 성능이 떨어진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프리마루나는 가격을 떠나서 매우 보기 드문 EL34 진공관의 쾌거이며 가격 대비 성능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진공관 앰프 중에서도 으뜸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Model EVO 400
for EL34 / KT88 / KT120 / KT150
Power : UL 70 / 72 / 85 / 88 Watts per channel
Power : TR 38 / 40 / 45 / 50 Watts per channel
Frequency Response : 9 Hz – 50 kHz +/- 1 dB 8 Hz – 68 kHz +/- 3 dB
THD with AABB < 0.1% @ 1W; less than 2% at rated power
S/N Ratio : 90 dB (98 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100 kOhm
Input Sensitivity : 320 / 320 / 360 / 370 mV (for rated power at maximum volume setting)
Maximum Gain – UL: 37 / 37.5 / 37.5 / 36.9 dB TR: 36.5 / 36 / 36 / 36 dB
Power Consumption : 470 Watts / 480 Watts / 540 Watts / 550 Watts
Weight Net: 68.2 lbs / 31 kg Shipping: 79.2 lbs / 36 kg
Dimensions : 405 mm x 385 mm x 205 mm (L x W x H)
Inputs : 5 pairs Stereo RCA, 1 pair Home Theater input
Outputs :4 & 8 Ohm Speaker Taps, 1 pair Subwoofer RCA, 1 pair Tape Out RCA 1/4” Headphone
Tube Complement : 8 x EL34, 6 x 12AU7
Damping Coefficient :7 KD (1 k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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