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den Audio Masterclass IA-4믿을 수 없다면, 본기를 지금 바로 들어보라서그덴의 인티앰프인 미스트로(Mystro)와 A21SE가 본지 2월호와 3월호에 잇달아 소개되었지만 솔직히 말해 필자의 관심 밖의 제품이었다. 한국식 어감으로는 서그덴은 뭔가 이상하고 촌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메이커로 여겨졌다. 좋은 이름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서그덴 오디오일까? 이미 본지에 두 번이나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메이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지만 서그덴을 필자처럼 촌스럽고 이상한 메이커 명을 가진 회사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이것 하나만 밝히고 넘어가기로 하자. 창업자인 짐 서그덴을 메이커 명으로 했기 때문이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필자는 본기의 시청 후 특별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의 시청 결과에 의하면 이 정도로 괜찮은 인티앰프가 왜 이제야 한국에 선보이는 가에 대한 의문이다. 신생 메이커라면 그럴 수 있지만 서그덴은 이미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중견 오디오 메이커인데도 말이다. 아울러 국내에 들여와 판매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발견하기 위해 해외 유명 오디오 쇼를 참관하거나 제품 정보를 수집해 딜러십을 맺는 수입원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서그덴의 제품은 시쳇말로 별 볼일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수입원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전호에 소개가 되었지만 서그덴은 1967년에 창립된 메이커로 최근까지 4가지 모델만을 생산하고도 4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 메이커였다. 그것도 17명이나 되는 직원들(오디오 메이커가 직원 17명이라면 중규모 이상의 메이커이다)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도태되지 않고 장기간 명맥을 유지한 메이커라면 절대로 별 볼일 없는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제품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뭔가가 있는 메이커라는 말이다.
그 뭔가가 바로 A21 인티앰프였다. A21 인티앰프는 데뷔작으로 서그덴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40년 이상을 장수한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본지 3월호에 소개된 A21SE 인티앰프가 바로 A21의 업 버전 모델이다. 각설하고 본기는 서그덴의 인티앰프 라인 중 최상위 모델인 동시에 마스터클래스에 속한 모델이다. 서그덴의 앰프 가운데 상위급 제품의 모델명 앞에 특별히 마스터클래스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는데, 현재 이 시리즈에는 본기와 LA-4 프리앰프, SPA-4 스테레오 파워 앰프, MPA-4 모노블록 파워 앰프, PA-4 포노 앰프, PDT-4 CD 플레이어가 이 시리즈에 속해 있다. 따라서 본기는 마스터클래스 시리즈에 속한 제품인 만큼 전호에 소개되었던 미스트로나 A21SE 인티앰프와는 차원이 다른 모델이다.
외모를 살펴보자.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으로 오래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필자는 튀는 디자인보다는 고전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점잖게 보이는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은백색 전면 패널 좌측에 리모컨 센서가 있고, 중앙에 큼지막한 볼륨과 우측에 입력 선택 노브가 위치하고 있다. 양 사이드에 제법 큰 방열판이 있고 후면을 보면 밸런스 타입의 프리 아웃 단자, 녹음용 테이프 아웃 단자, 3개의 RCA 라인 입력 단자, 스피커 출력 단자, 포노 입력 단자가 있는데 포노는 MM만 가능하다.
본기는 싱글 엔디드 퓨어 A급 출력단을 탑재해 순A급으로 33W의 출력을 뽑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싱글 엔디드 퓨어 A급의 출력단은 서그덴의 롱 셀러 모델인 A21a 인티앰프에 채용된 이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회로인데, 그간 부분적인 개량과 튜닝을 거쳐 1980년에 최종 업그레이드된 회로이다. 프리단은 당연히 액티브형이 탑재되어 있고, 독립된 트랜스포머를 포함한 전원부를 가지고 있는 고품질의 프리단이다.
이제는 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본기에 PMC 팩트 8 스피커와 마란츠 KI-펄+에소테릭 D-07을 물리고 1차 시청에 임했는데 예상외로 소리가 좋아 스피커만 토템의 마니-2로 바꾸고 2차 시청에 임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인데다가 메이커에서 제공한 자료가 허술해 별로 흥미가 없는 시청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1차 시청을 하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스피커만 바꾸고 2차 시청에 임했다.
짧은 예열 후, 시스템을 가동하고 첫소리가 나오자마자 깜작 놀랐다. 소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 지금까지 익숙하게 들어왔던 기존의 영국제 인티앰프의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전형적인 미국 하이엔드 브랜드의 앰프를 듣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스케일이 큰 음장과 다이내믹한 사운드·힘·투명도에서 그러했다. 여기서 33W 출력의 앰프를 가지고 힘이 있고, 다이내믹한 소리라고 한다면 뭔가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이 부분에 관해 부언 설명해 보기로 하자.
사실 필자는 시청 전, 본기에 관한 자료를 보지 않고 시청에 임했다. 첫소리가 흘러나오자 대충 한 200W급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로 짐작했다. 시청 후, 귀가하는 기차에서 본기를 복기(?)하면서 스펙을 보았는데 필자는 자료의 스펙을 잘못 표기해 330W를 0이 하나 빠진 33W로 표기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 부분은 확인할 필요가 있어 수입원과 서그덴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33W 출력은 확실했다. 아무튼 순A급 33W 출력이니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구동력과 파워를 보여주었다. 이런 경우는 과거 마크 레빈슨 ML-2 파워 앰프(순A급 25W 출력)를 사용한 이래 처음 보는 경험이었다. 앰프의 출력 수치는 허구라는 말을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인 듯싶다.
그렇다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깔끔하면서도 중고역이 매우 섬세하고 저역의 윤곽을 또렷하게 그려내면서 소리를 가지런히 정돈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위 오디오에서 말하는 가닥추림이 좋은 앰프라는 말이다. 이런 느낌은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협주곡을 들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 소리가 깔끔하고 투명하다보니 조금만 더 배음이 살아나면서 유연하고 살집이 붙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라는 욕심이 없지 않았지만 충분한 에이징 타임을 거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2시간 시청 후 방열판을 만져보니 꽤 뜨겁다.
시청 후, 서그덴은 제품 라인업이 화려하거나 다양하지 않은데도 40년 이상을 장수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기는 필자가 들어본 인티앰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제품 중 하나였는데, 특히 가격대비 성능은 물론 가격을 떠나 절대적인 성능에서도 그렇다는 말이다.
끝으로 메이커에서 보낸 자료에는 좀 거만(?)하지만 흥미 있는 문구가 있어 소개한다. ‘Just Listen, You Will Find It Worth More Than a Thousand Words’ 본기를 지금 바로 들어보라. 천 마디 말(시청 평)보다 더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이를 ‘본기를 직접 들어보면 필자의 천 마디 시청평보다 더 확실하게 본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라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실효 출력 : 33W· 입력 감도 : 125mV, 2mV(MM) ·주파수 응답 : 14Hz-200kHz(±1dB) ·대역 : 6Hz-300kHz(±3dB)·S/N비 : 84dB ·크기(WHD) : 43×16.5×44cm · 무게 : 2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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